Deut 33:12 · 1 Samuel 16:23 · 2 Kings 3:15

1.11.202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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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일이다. 상규가 출근을 해서 나 혼자 집에서 푹 쉬었다. 
빨래하고, 각 수납장 탈탈 털어 정리하고, 트리 정리해서 집어넣고, 수납장 위 오브제 공간 배치도 새롭게 바꾸고 ... 뭐 그런 자잘한 청소를 했다. 여리한테 연락해서 식중영상 마지막 수정사항도 받았다. 

주변 정리가 안되면 집중을 못하는 이상한 병이 있나보다. 
일 못하는 사람들이 꼭 그렇다더라. 나도 일을 못하는 건가? 사실 나는 내가 일 괜찮게 하는 편인거 알아서 막 의심이 들거나 시무룩해지진 않지만, 가끔 주변 정리 없이도 일에 바로 착수하고 집중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. 나는 평생 그러지 못할 것 같다. 

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, 나는 구상하는 시간도 정말 오래 걸리는 편이다.
그래서 미술 시간에도 남들 다 뭔가 그릴 때 나 혼자만 백지였고, 그런 상황이 창피하게 느껴지다 보니 미술을 더더욱 싫어하고 못하게 된 것 같다. 
오래 걸려 완성되는 생각의 스케일을 믿고 이 스타일을 계속 고수해야 하는지. 이제라도 빠른 구상 습관을 들여봐야 하는지. 

그렇게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뭔가를 할 때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편이었다. 가장 자신있었던 피아노도 그랬다. 혼자 콘티를 몇번이고 시뮬레이션 해가면서 계속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. 연습하지 않으면 너무 불안하고. 연습을 많이 안해도 평소 실력으로 어찌저찌 커버하는 날이 더 많았지만. 그러다가 한번 실수라도 하면 역시 답은 연습이었다며 또 연습. 

지금의 내 모습이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. 
진짜 모르겠다.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완벽하고 싶다. 
수정할 게 없을 만큼의 완벽이 아니다. 수정사항은 언제나 있다. 
내가 말하는 완벽이란, 선택지가 많은 것이다. 
어떤 방향을 이야기해도 바로 꺼내올 수 있게끔. 
그래서 너무 오래 걸리나보다. 이 너무라는 것도 내 기준이긴 하지. 일은 꼼꼼히 하려 하는 주제에 또 성격은 급해가지고, 내가 자꾸 내 자신을 답답해하고 재촉한다. 

이번 주는 또 어떨지 모르겠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