Deut 33:12 · 1 Samuel 16:23 · 2 Kings 3:15

12.18.2018

글쟁이의 연말


이제 올해는 글만 쓰다가 끝나겠구나 싶다.

2018년 돌아보면 정말 많은 글을 쓴 한 해였다.
특히 올해는 다른 이들에게 주기 위한 글들을 유난히 많이 썼다.
하루 날 잡고 밤새가며 썼던 짧은 굿바이 카드들, 몇주를 붙잡고 단어부터 단락까지 여러번의 수정을 거쳐야 했던 장문의 편지들. 몇번의 생일과, 일상대화 속 갑분긴글들도.
안산과 포트워스를 거쳐 지금동네의 인연들까지.
그들을 생각하는 내마음이 투명하게 보이게끔 평소에 잘했으면 굳이 카드로 써서 전하지 않아도 되었을까. 생활 속 작은 배려의 노력, 너의 말을 경청하는 눈빛과 귀기울임, 어쩌다 사주는 커피 한잔이. 당신 나에게 소중해요, 또 난 그런 당신을 꽤 많이 생각해요, 그 마음을 다 담을 수 있을까. 그것만으로 가닿지 않을까봐 늘 혼자 애달아한다. 사람들이 바보도 아닌데 나는 뭘 그렇게 굳이 또 한번더 확인시켜주려고 한사람 한사람 손으로 눌러쓴 카드를 전한다며 매번 고집부리는지 모르겠다만.
그래도. 나만을 위해 쓰여진 문장들로 마주하는 누군가의 마음은 분명 또다른 울림을 줄거라 믿기에.

내가 널 생각하는 마음, 그리고 네가 날 생각하는 마음,
이 두 마음이 겹치는 곳을 매순간 찾아내어 중심을 잡는 일이 우리가 동사로서 말하는 인간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. 그래서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하는 것 같고.
편지에도 같은 원리가 작용한다.
관계와 상황에 따라 내 마음을 상대방이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무게로 덜어내고 적당한 온도로 맞춰 글로 담는 작업이 편지쓰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.

그러니 이제 올해는 글만 쓰다가 끝나겠구나 싶다니까 ...